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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에서 큰 소원, 작은 소원 하나씩을 빌며 - 임가연
용민숙  2006-05-22 18:36:46, 조회 : 4,835, 추천 : 729


팔공산에서 큰 소원, 작은 소원 하나씩을 빌며

(임가연)


동화사(桐華寺)가 자리한 팔공산(八公山)은 신라 때부터 고려, 조선의 왕실에 이르기까지 크게 중시되던 산이었다.  그 결과 팔공산의 골짜기마다 많은 사탑(寺塔)이 들어서게 되었다.  동화사, 은해사(銀海寺), 파계사(把溪寺), 갓바위부처님을 비롯하여 그야말로 팔공산은 불국토와 같은 형상으로 가꾸어져왔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팔공산을 찾고 있다.

오늘의 사찰답사에서 만난 첫 보물은, 멀리서 부처님 만나러 온 사람들이, 잠시 숨 고르라는 의미인 듯 동화사 입구에 있다.  이 마애불좌상은 동화사 일주문 입구 오른쪽의 암벽을 다듬어서 조각한 것으로,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부처님이 반가부좌한 형태로 오른쪽 다리를 대좌 아래로 내려 놓았다.  앞사람만 따라서 갔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터인데, 대구로 달려오는 차안에서의 법사님의 설명과, 이제 바야흐로 보물을 앞에두고 살아있는 역사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였다.  우아한 문화해설사 열 명이 필요없는 전문법사님이 있는 경기불교문화원의 사찰답사의 진수라 하겠다.

동화사에 가면 대한민국 어느 사찰에도 없는 상상속의 동물, 봉황의 알을 직접 볼 수가 있다.  ‘봉황이 깃든 누각’이란 뜻을 가진 봉서루(鳳棲樓)에는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 중앙에 봉황의 알이 세 개가 올려져 있다.  원래는 누각 오른쪽 귀퉁이에 있었던 둥근 돌(봉황의 알을 상징)을 도난 당한 후, 지금은 보란 듯이 사람들이 오가는 계단 중앙의 널찍한 자연석 위에 올려져 있다.  모르고 보면 돌덩어리일 뿐이고, 알고 보면 봉황의 알이니 재미있는 사찰이야기 하나를 알게 되었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중앙 계단은 반원으로 된 것이 특징이며, 역시나 대웅전의 문짝은 얼마나 아름다운 꽃살문을 가졌는지 모른다.  여러 색의 활짝  핀 꽃잎을 바라보는 짧았던 시간이었지만 가연이 마음에는 오랜시간 간직될 것 같다.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삼배의 예을 올리고  법당안의 향내가 좋아서 잠시 앉아서 기도를 드리는둥 하다가, 마침 공양시간이어서 종종 걸음으로 공양간으로 향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동화사와 가까이에 있는 비로암(毘盧庵)으로 조용조용 향했다. 비로암의 대적광전에 계시는 석조 비로자나부처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느 부처님보다도 위엄을 내세우기보다는 순수함을 느꼈다.  손의 모습은 지권인으로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싼 형태이며 대좌와 광배까지 갖추고 있으면서 손상이 거의 없는 9세기 비로자나불 양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일반인들은 잘 찾지 않는 한적한 산사(비로암 대적광전)에서 오래 앉아서 찬찬히 바라보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자꾸 가자며 그네들이 보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왔던 길로 다시 간다.

동화사 대웅전 서쪽에 1만여 평의 대도량을 새롭게 조성한 약사여래불입상과 통일기원대전(統一祈願大殿) 및 성보전시관을 말 그대로 구경했다.  통일기원 약사대불은 화강암으로 좌대높이  13m을 포함하여 30m 높이의 석불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고증․조언을 거쳐 108명의 석공들이 약 7개월 동안 만들었다.  통일기원 약사대불은 1992년 11월 27일 점안식(點眼式)이 있었다.  도량에 이르는 계단은 108개로 하여 백팔번뇌를 상징하였다.  석불 맞은 편에는 약사여래를 지킬 통일대불전이 조성되었다.  성보전시관에는 탱화가 수장되어 있다고 한다.  

약사여래의 본원은 병들어 있는 중생을 구제하는데 집중되어 있는 것이 신앙적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중생이 앓고 있는 일체 병고와 갈등과 대립은 물론이고, 빈부의 격차를 없애고 탐욕을 버리게 하는 약사여래의 대서원이다.  우리 역사속에는 불력(佛力)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신라시대의 황룡사 구층탑 조성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었고, 고려의 대장경 불사(佛事)는 몽골의 침략을 막기위해 만들었다.  당당한 부처님께 삼배를 하는데 저절로 깊은 뜻이 용솟음 쳤다.  지금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지만, 통일대불의 조성으로 보다 큰 민족 대화합을 이루어서, 분단으로 말미암아 이념적 갈등과 민족의 아픔을 해소하고  마침내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하루 빨리 반드시 이룩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봄볕을 받아 따뜻한 대리석에 서서 잠시 다음 일정도 잊고 있는데 그네들이 빨리 가자 한다.  팔공산 남쪽 봉우리 관봉(冠峰)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갓바위부처님을 만나러,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었다.  이제 등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선본사를 경유하는 길로 급경사에 끝없는 계단이 이어지지만 30분 정도면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역시 많은 분들이 나름대로의 기도에 열심이시다.  나도 자리를 잡고 정성들여 108배를 올리고 기분좋게 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는 천천히 내려오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굴속에 아기부처님을 모셔 놓은 ‘애자모 지장굴’과 선본사를 들렀다. 선본사(禪本寺)는 멀리 관봉이 바라다 보이는 아담한 절로, 따뜻함이 묻어났다.  비록 경내가 팔공산의 가파른 산세여서 축대 위에 자리잡고 있지만, 절 앞쪽에 선정루(禪定樓)를 세워 범종각 겸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선본사쪽에서 갓바위 부처님을 찾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꼭 들리게 되는 것이다.  

관봉이 곧 우리말로 ‘갓’이므로 흔히 갓바위부처님이라고 부른다.  또 머리에 마치 갓 같은 판석이 올려져 있기에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공식명칭은 ‘관봉석조약사여래좌상’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석불 좌상으로서 전체 높이는 4m에 이른다.  화강암 한 돌로 만든 것인데 몸통뿐만 아니라 대좌도 역시 한 돌로 되어 있다.  불상의 광배는 없지만 관봉의 정상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좌불상으로 한 가지 소원을 간절히 빌면 꼭 이루어진다는 영험한 부처님이시란다.

이 갓바위 부처님은 절에서 전하는 바로는 원광법사(圓光法師)의 수제자인 의현(義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638년(선덕왕 7)에 조성한 것이라 하지만 전체적 양식으로 보아 8~9세기 작품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현재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면 언제부터 선본사의 갓바위부처님이 알려졌을까?  이 불상은 대구 시민 중 소수의 등산가와 간혹 치성드리러 간 몇몇 민간인 사이에 알려졌을 뿐 세상에 알려지지 않다가, 팔공산의 석조물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서 마침내 1962년 언론에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1994년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직영사찰로 편입되었다.  이렇게 최근에 들어와 알려지기 시작한 선본사와 갓바위부처님은 한국 약사 신앙을 대표하는 영험있는 기도처로 자리하게 되었다.  

오직, 한 가지 소원을 간절히 빌고 내려오는데, 시골 할머니들이 떡^^과 봄나물을 내다 팔고 계셨다.  뭔들 안 좋아하랴만 재래 시장에서 물건 살 때보다도 신나서, 이것 저것 구경하는 기분이 시골장터분위기와 비슷하여 여행의 피로가 사라졌다. 정다운 이웃이 좋다.  봄철 나물 구경길에서 갓바위부처님의 미소가 조금 더 오래 머무는 하다.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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