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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중국 禪 기행 | 달마대사(1)] 쑹산이여, 달마대사는 어디 계신가 (1-1)
용민숙  2007-07-04 18:18:38, 조회 : 6,375, 추천 :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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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대사가 9년간 정진하던 동굴이 있는 5대 명산 쑹산(嵩山)
천년 전 그 동굴 앞에서 달마대사에게 팔 하나를 내던진 혜가대사
진리란 그토록 처절하게 얻어지는 것일까

웰빙 열풍에 따라 요가, 참선, 명상 등 동양의 전통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Weekly Chosun은 중국 선가(禪家)의 고승들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온 소설가 정찬주씨가 직접 중국 현지를 답사하면서 독자 여러분을 심오한 정신세계로 인도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 서둘러 뤄양(洛陽) 땅을 흐르는 이허(伊河) 강변을 떠나 덩펑(登封)시에 소재한 소림사(少林寺)로 떠나려 하고 있다. 석양이 기우니 마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샹산(香山)과 롱먼산(龍門山) 사이로 흐르는 이허 강물에도 산그늘이 접히고 있다.

롱먼산 절벽에 조성된 수많은 석굴을 총칭해서 롱먼석굴이라고 부른다. 둔황석굴이 벽화의 진수라면 롱먼석굴은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석굴은 이허 강물 저편의 샹산 절벽에도 있다고 하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샹산 산자락에 자리한 고찰 향산사(香山寺)이다.

향산사는 혜가(慧可)가 나이 30세에 보정(寶靜)선사를 은사로 출가해 32세에 구족계를 받고 달마(達磨)대사를 만나기 전까지 수행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향산사는 당나라 대시인 백거이(白居易)가 68세 이후에 자신의 호를 향산거사(香山居士)라 짓고 은거하며 참선한 곳이기도 하다. 샹산의 백원(白園)에 백거이의 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역사적 사실이 분명하다.

석양빛을 반조하는 이허 강변의 모란꽃들이 눈에 밟힌다. 모란꽃은 전생에 자존심이 강한 여인이었던 것 같다. 꽃잎은 낙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듯 뚝 져버린다. 그러한 느낌의 꽃이기에 나는 애써 모란꽃들과 아쉬움의 정을 나누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년 전 백거이도 모란꽃을 보고 애석한 정을 어쩌지 못했다. 그가 남긴 시 제목도 ‘모란을 보고 애석해하다(惜牧丹花)’이다.

근심하고 슬퍼하는 섬돌 앞에 붉은 모란이여(階前紅牧丹)/늦게 오니 오직 두 가지만 남았구나(晩來唯有兩技殘)/내일 아침 바람 불면 응당 날아가 버리겠지(明朝風起應吹盡)/밤에 붉은 꽃 사라지는 것 안타까워 불 켜 들고 본다(夜惜衰紅把火看)

등불을 켜 들고 지는 모란꽃을 청승맞게 감상하는 백거이의 여린 마음이 생생하다. 그러나 수도자는 수행에 장해가 된다면 아무리 향기로운 꽃이라도 단박에 베어버리고 만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는 것(逢佛殺佛 逢祖殺祖)’이 수도자의 살림살이니까. 어쨌든 수나라 때부터 모란꽃을 길러온 뤄양은 ‘목단성(牧丹城)’이란 별칭으로 불린 적이 있고, 9개 왕조의 도읍이던 구조고도(九朝古都)이자 전국시대에는 노자가, 당나라 때에는 이백·두보·백거이 등이 살던 도시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달마와 혜가가 활동하던 북위시대에는 뤄양 안팎으로 1367개의 사찰이 번성했다고 ‘낙양가람기’는 기록하고 있으니 최고의 불교 성지였음이 분명하다.

백거이가 불교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조과(鳥) 도림(道林)선사의 양향이 컸다. 선사는 날마다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가 참선했는데, 51세에 항저우 자사로 부임한 백거이는 선사의 명성을 듣고 현장을 찾아가 법문을 들었다.

“스님, 그곳은 대단히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대가 서 있는 곳이 더 위태롭구려.”
“저야 두 다리로 대지를 버티고 서 있는데 어찌 위태롭단 말입니까?”
“한 생각 나고 한 생각 꺼지는 것이 생사(生死)이며, 한 숨 내쉬고 한 숨 들이쉬는 것이 생사입니다. 생사의 호흡지간에 사는 사람이 어찌 위태롭지 않다고 합니까.”

백거이는 선사의 도력에 내심 놀랐으나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는 것입니다(諸惡莫作 衆善奉行).”
“그거라면 세 살 먹은 아이라도 다 아는 것 아닙니까?”
“세 살 먹은 아이도 말을 할 수는 있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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