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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숙
(Homepage) |
2012-07-21 15:17:12, 조회 : 2,694, 추천 : 489 |
제 3장. 오온의 연기
그동안 12연기 도표를 통해서 연기의 구조를 공부했습니다. 연기의 근본 원인과 12요소, 3가지 시제와 3가지 굴레, 4가지 부분 등으로 연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결국 연기는 자신의 물질과 정신의 흐름이며, 그 과정은 불만족과 괴로움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불만족과 괴로움뿐인 물질과 정신의 흐름에는 오직 원인과 결과라는 조건만 있었지, 이 흐름을 일으키는 나라는 존재는 본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때, 연기를 통해서 나라는 잘못된 견해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름이며 나의 실재는 오온, 즉 물질과 정신의 무더기입니다. 색온은 물질의 무더기이고, 수온, 상온, 행온은 마음의 작용의 무더기로서, 식온인 아는 마음의 무더기와 함께 일어납니다.
몸에는 여섯 감관이 있고, 이 감관은 밖의 여섯 대상과 촉하면 마음이 대상을 압니다. 이 마음은 물질을 기반으로 일어나는 정신의 일부입니다. 눈에서는 안식이, 귀에서는 이식이, 코에서는 비식이, 혀에서는 설식이, 몸에서는 촉식이, 마음에서는 의식이 일어납니다.
대상을 아는 여섯 가지 마음의 무더기는 반드시 마음작용인 감수 작용(受), 지각 인식작용(想), 의지작용(行)과 함께 일어납니다. 이처럼 마음과 마음작용과 물질, 즉 오온은 항상 함께 일어나고 함께 사라지며 흘러갑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매순간 접촉하는 대상에 따라 생기는 오온의 흐름에 붙여진 이름, 명칭, 관념이지 실재가 아닙니다. 나라는 이름의 궁극적 실재는 오온이고, 이것이 궁극의 진리인 빠라마타 담마입니다.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교재 59쪽을 보면 오온의 연기라는 제목으로 물질과 정신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설명합니다.
1. 연기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오온의 실재하는 현상입니다. 여섯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어서 매순간 대상과 촉하면 바로 연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감관에 부딪친 대상을 좋거나 싫다고 판단이 일어나면, 그에 따른 행위를 하고 그 몸과 마음은 사라집니다. 다시 방금 전의 그 행위로 인한 새로운 몸과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이 순간 오온이 조건에 의해 일어난 오온의 연기입니다.
지금 경험하는 느낌에 대한 행위가 일어날 때마다 새로운 생을 일으키는 것이 연기입니다.
6근 + 6경 +6식 → 촉 → 느낌 ⇔ 갈애 → 집착 → 업의 생성 ⇔ 생 → 노사
근경식이 촉해서 일어나는 좋고 싫은 느낌은 단지 현재의 조건에 의한 느낌이지, 그 느낌을 느끼는 '나'는 없습니다. 그 느낌을 느끼는 한 순간의 마음이 있습니다. 이처럼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이 촉하여 대상을 무엇이라고 아는 것은 그 순간 일어나는 마음과 마음작용일 뿐 내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알지 못하고, 느낌을 느끼는 것이나, 대상을 아는 것을 나라고 알면, 반드시 좋고 싫음에 반응하여 갈애가 일어나 괴로움의 연기가 돌아갑니다.
2. 오온의 연기는 느낌에서 갈애, 집착, 업의 생성을 일으켜 생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태어남에는 반드시 늙음, 죽음, 슬픔, 비탄, 고통, 비애, 절망이 따라다닙니다. 태어남은 업의 생성을 조건으로 하지만, 업의 생성은 내가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업의 생성은 어떤 상황과 부딪힐 때마다 그동안 살면서 만들어 놓은 습관이나 성질이 자동으로 튀어나와서 일어납니다. 우리는 이런 저장된 업의 힘으로 매순간을 살고 있을 뿐, 내가 사는 것이 아닙니다.
3.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자는 행위가 연기를 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또한 연기를 돌리는 행위를 멈출 때 괴로움의 흐름도 멈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즉 느낌을 알아차리면 갈애가 없는 행위를 할 수 있어 연기의 흐름을 잠깐 멈출 수 있습니다.
눈+형상+안식 → 촉 → 느낌 ⇒ 알아차림 없음 ⇒ 갈애 → 집착 → 업의 생성 ⇒ 생, 노사 우비고뇌로 이어집니다.
눈+형상+안식 → 촉 → 느낌 ⇒ 알아차림 ⇒ 느낌의 생멸 → 갈애의 소멸 → 괴로움의 소멸로 이어집니다.
4. 수행자는 근경식이 촉할 때 현재를 아는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러면 아는 마음이 알아차린 마음에 의해 소멸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마음(오온)은 한 순간 하나이며, 지속시간은 한 찰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전의 마음은 사라지고 알아차린 새로운 마음이 일어났기 때문에, 실제 마음은 매순간 다른 마음이며, 색수상행식 어느 것도 두 찰나를 지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때, 오온의 어느 것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오온에 대한 집착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5. 수행자가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매순간 느낌에서 갈애, 집착, 업의 생성, 생, 노사로 이어지는 연기의 회전은 끊임없이 반복되며, 더불어 우비고뇌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눈으로 아름다운 대상을 볼 때나, 아이가 학교에 갔다 돌아오면서 엄마를 부를 때, 알아차리지 못하면 아름다운 대상이나 아이에 대한 갈애가 일어나고, 결국 집착하는 마음으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합니다. 이것이 업을 생성한 것입니다. 업은 새로운 태어남의 원인입니다. 태어남은 괴로움의 단초입니다.
눈+형상+안식 → 촉 → 좋은 느낌 →내 느낌 → 집착으로 업을 생성 → 업의 과보로 새로운 오온의 일어남
귀+소리+이식 → 촉 → 좋은 느낌 →내 느낌 → 집착으로 업을 생성 → 업의 과보로 새로운 오온의 일어남
업의 생성은 반드시 다음 순간을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이미 업의 생성이 있었으면 이어서 따라오는 생, 노사, 우비고뇌의 과정을 누구도 멈출 수 없으며, 자신이 행한 업의 과보는 반드시 자신이 받습니다. 연기의 흐름에 어떤 외부적 힘이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6. 아름다운 대상, 좋은 소리, 좋은 냄새, 좋은 맛, 좋은 촉감, 좋은 생각과 촉할 때, 알아차림이 없으면 번뇌가 일어나고, 그 다음 업이 일어나고, 드디어 과보의 굴레로 새로운 몸과 마음이 생기는 윤회의 수레바퀴가 굴러갑니다. 윤회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나’는 없지만 윤회의 괴로움을 경험하는 물질과 정신은 있습니다. 이미 축적된 번뇌의 힘과 업력이 윤회의 수레바퀴를 마구 돌립니다. 중생은 이 흐름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7. 아름다운 대상, 좋은 소리, 좋은 냄새, 좋은 맛, 좋은 촉감, 좋은 생각과 촉할 때, 알아차림이 있으면 아름다운 대상, 좋은 소리, 좋은 냄새, 좋은 맛, 좋은 촉감, 좋은 생각을 단지 한순간의 물질적 정신적 현상으로 보고, 이런 현상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보아서 좋은 대상에 대한 갈애→집착→ 업의 생성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눈+형상+안식 → 촉 → 느낌 → 알아차림 → 느낌의 생멸 → 갈애의 소멸 → 바른 말, 바른 행동 → 괴로움의 소멸
귀+소리+이식 → 촉 → 느낌 → 알아차림 → 느낌의 생멸 → 갈애의 소멸 → 바른 말, 바른 행동 → 괴로움의 소멸
수행자가 좋은 느낌이나 싫은 느낌을 모두 대상으로 알아차리면 그 순간 갈애가 없기 때문에 집착이 없는 바른 말과 행동을 할 수가 있습니다.
7. 오온의 연기는 모두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서 직접 경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온의 연기를 막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위빠사나의 통찰지혜가 오온의 연기를 멈출 수 있는 힘입니다.
오늘도 역시 오온의 흐름 안에 나는 없고, 단지 원인과 결과만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여, 몸과 마음이 '나'라는 사견에서 벗어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또한 위빠사나 수행을 해야만 오온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통찰할 수 있고, 오온의 생멸을 볼 때만 몸과 마음에 대한 집착이 끊어집니다. 이처럼 몸과 마음에 대한 집착이 소멸되면 緣起가 멈추고, 緣起가 멈추면 괴로움이 완전히 소멸합니다.
교재 : 도서츨판 행복한 숲에서 발행한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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